나는 무엇이든지 짧게 기억을 한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한숨 자고 나면 흘러간 감정이 되어 희미한 여운만이 남을 뿐이다. 이러한 갖가지 감정들이 쉽게 사라진다는 것은 괜찮은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너무 행복하여 모든 감각을 열고 더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여도 결국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더 생생하게 기억하지 못한 지나간 그 기억들에 대해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감정의 변화는 옅어지고 미화되기도 쉽다. 당장 내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이 어땠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썩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하나 파헤져 들어가보면 썩 괜찮기는 커녕,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멘토링을 하고 있다.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아니 솔직히 현실도피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쓸모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지속적으로 멘토 활동을 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이것은 온전히 내 자존감을 위한 활동이다.

 멘토링을 하는 학생은 중학생 1학년이다. 수학이든 영어든 초등학생 때는 잘했다가 떨어진 케이스라고 어머니께 얼핏 들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왠걸. 내가 너무 어렸을 때가 기억이 안나서 어렵지 않다고 느끼는 것인가, 중학교 1학년 과외나 알바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걸까, 학생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학생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남의 부족은 쉽게 말하면서 나의 부족은 인정하기 어려웠다. 어렸을 적,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었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실력을 알고 노력하는 것은 성적을 올리는 데에 있어서, 아니 학습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선생으로써 학생에게 그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줘야 한다. 설명으로는 부족하니 숙제도 내야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자리잡고, 그 습관이 발판이 되어 시키지 않아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에게 그 부족함을 알려줘야 할텐데 이 부분은 아직 너무 어렵다. 너 못해. 왜이리 못하니. 그렇게 타박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부족함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고, 그 노력을 같이 하자, 이런 뉘앙스로 말해주고 싶은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풀어주고, 한번 풀어보게 하고, 틀린 부분을 설명해주고 넘어가는 이 수업 방식이 맞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의 나를 보면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남과 비교하고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아집도 쎄고, 심지어 남을 무시하는 성향까지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나는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 모르는 것이,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 그 때는 그걸 인정하는게 왜이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도 어렵긴 하지만.

 학생에게 자꾸 물어보게 된다. 어렵나, 쉽나 부터 어떤 기분인가. 그래도 잘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아 보여 안쓰럽다. 조금 더 솔직해지면, 자기 자신을 조금 놓아버리면 훨씬 가벼워질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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